경향신문 매거진 X 1997/08/31


【새길열기】 ‘밤하늘 지름길’밝힌 ‘별지기들’

-천문동호회 ‘텔라이즈’-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안드로메다….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 그 중 우리가 알고 있는 별자리나 성운은 얼마나 될까. 또 그 별들의 정확한 위치나 거리를 아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어린 시절, 별 헤던 밤을 추억하며 「별자리여행」을 떠나려해도 그 여정이 만만치 않다. 천문학 길라잡이 서적이나 안내서가 흔치 않고 망원경 등 도구 마련도 간단치 않기때문이다.

천문동호회 「텔라이즈」는 이같은 별자리 여행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결성된 모임. 안성천문대 대장 김지현(28), 책임연구원 이한주(27), 아마추어천문가 신명근(27)과 이도희(38) 등 4명이 멤버. 최근 이들은 한국형 별자리 관측 프로그램 「별바라기 1.0」을 개발, 「밤하늘」로 가는 지름길을 안내하고 있다.

「별바라기 1.0」은 6등성까지의 별 3,000개 이상과 600여개의 천체, 태양 달 혜성 행성 인공위성 등의 이름과 위치 궤적 등이 자세하게 표시된 프로그램. 3년 연구끝에 완성한 작품.

해외에서 개발된 천체관측 프로그램은 사용법이 복잡하고 외국어로 되어 있어 초보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이와 달리 「별바라기 1.0」은 이해하기 쉬운 한글 버전.

따라서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밤을 새며 하늘을 올려보지 않아도 모니터상으로 별자리와 성운 등 천체를 일목요연하게 익힐 수 있다.

멤버 모두가 아마추어 천문가로 94년 모임을 결성한 이후 줄곧 「한국형 천체관측프로그램」과 「자동망원경」 개발에 매달려온 「별 마니아」. 프로그램 출시와 동시에 김지현·이한주씨는 「밤하늘로 가는 길」(현암사)이란 별자리 관측서를 출간, 「별자리 여행」을 안내하고 있다.

천체관측 프로그램과 안내서를 낸 이들은 얼마전부터는 「별바라기」 프로그램을 응용한 「한국형 자동망원경」 개발에도 도전했다. 자동망원경이란 성도(별자리 지도) 및 천체의 각종 정보가 입력된 프로그램과 망원경이 결합된 장치.

찾고자 하는 별자리나 성운을 입력하면 망원경이 자동으로 원하는 별자리를 찾아준다. 현재 국내의 아마추어 천문가들은 미국 M사의 제품을 많이 사용하나 프로그램이 「한국형」이 아니어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자동제어 전문가인 팀장 이도희씨가 망원경의 CPU, 심명근씨가 프로그램 연결장치, 김지현씨가 광학계, 이한주씨가 기계적인 부분을 각각 맡고있다. 올 12월쯤이면 그들의 노력으로 한국형 자동망원경이 세상에 태어날 예정. 구입을 원하는 「별지기」들에 한해 소량 생산, 염가로 제공할 계획이다.

/김준기자/